2022. 3. 21. 10:31ㆍ말라위생활
[말라위의 사람들]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나는 이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사람도 있다. 이런 인생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것이 재밌는 인생이든 너무 슬프고 힘든 인생이든)
그 첫번째 주인공은 지금 내가 사는 집에 같이 살고 있는 브리짓이다.
브리짓은 처음으로 크리스의 가족이 아닌 사람으로 만난 사람이다 (사실 먼 친척이긴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남이다.)
처음 크리스의 누나 집으로 들어가서 살게 되었을때, 누나의 아들들 2명과 보모랑 브리짓 이렇게 있었는데 똥그란 눈으로 나를 계속 쳐다보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크리스에게 누구냐고 물어보니, 말하기 복잡하다며 나중에 얘기 해주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나도 그당시 말라위 처음와서 모든 가족들을 소개받느라고 머리가 터질지경이었고, 크리스도 말라위에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 브리짓이 왜 이곳에 살고 있는지 자세한 내막을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후에 브리짓이 크리스의 외삼촌의 부인(외숙모)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외삼촌이랑 외숙모가 브리짓을 데리고 살면서 청소, 밥, 빨래 등을 시키며 부려먹었는데 (사실 부려먹었다고 말하기엔 나의 시선이고, 말라위에서는 이걸 약간 당연히 여긴다.) 브리짓이 고등학교 졸업 1년을 남기고, 자신의 언니랑 형부가 너가 졸업해봐야 뭐하겠니? 우리집에서 메이드나 해! 하며 학비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브리짓이 다니는 공립 고등학교의 학비는 15,000콰차다 한국돈으로 2만2천원
브리짓은 이 학비를 못내서 학교에 다닐 수 없었고, 학교에 다니려고 친구들한테 돈을 빌리러 다니곤 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사정도 좋지 않아서, 돌고 돌고 돌아 지금 살고있는 크리스 누나에게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부탁을 했고, 이 소식을 들은 크리스 누나는 분노하며 브리짓을 그 집에서 꺼내왔다.
이 집에서 브리짓의 학교까지 정말 멀다. 일단 40분정도 걸어 버스정류장까지 가야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도 2번이나 갈아타야 한다.
또한 나의 시선에서 볼때 이 집에서 브리짓은 16살의 아이가 아니라, 보모랑 함께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 같다.
밥하고, 아이들 봐주고, 청소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 짠해서 크리스한테 브리짓 너무 일 많이 하는거 아니야? 라고 물어본적도 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더 충격적이게도 여기서 브리짓은 거의 공주대접을 받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예전 집에서는 정말 풀타임 메이드로 일했다고.. 가끔 브리짓이 내가 뭘하고 있으면 도와주려고 옆에 오는데 내가 브리짓 쉬어! 내가 할게 이러면 생긋 웃는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브리짓에게 힘들지 않아? 물어보면 자기는 지금이 너무 좋단다.
그리고 몇 달전 크리스의 친척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갔는데 브리짓이 보이질 않았다.
생일파티 3일전부터 크리스 누나네 아이들이랑 보모랑 브리짓이랑 크리스네 외할머니 집에 가서 지낸다고 들었는데, 생일파티에 브리짓만 빼고 온 것이다.
브리짓 어디갔어? 하니까 아무도 모른다고해서 참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크리스가 난리가 났다.
외할머니집이랑 외삼촌 집이랑 붙어 있는데, 브리짓이 온걸 보고 외삼촌이랑 외숙모가 브리짓을 고향인 음친지 (완전 시골)로 보내버렸다고 한다.
외숙모가 우리 엄마 보러 가자! 지금 당장! 이렇게 데려가서 브리짓만 놓고 혼자 릴롱궤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렇게 크리스, 크리스누나, 친척들 vs 크리스 외할머니, 외삼촌, 외숙모 (놀랍게도 브리짓의 친언니) 이렇게 갈등이 빚어졌다.
나는 이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도 어이가 없었는데, (어른들이 16살 아이를 두고 이 상황을 어떻게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브리짓을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를 말해달라고 하자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크리스 외할머니가 이 일에 참견하면 가족의 연을 끊어버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가족의 연보다 사람의 도리가 중요했던 크리스는 브리짓을 데려왔고, 결국 릴롱궤로 데려온 것을 안 외할머니, 외삼촌, 외숙모는 매일같이 전화를하며 난리를 피웠다.
나중에 조심스럽게 브리짓한테 그 사건에 대해 물어봤더니 자기도 왜이렇게 미움받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브리짓이 어떤일을 저질렀어도 16살인데 (또 브리짓이 어떤 촉법소년들이 저지를법한 일을 한것도 아닌데) 세상이 너무 브리짓에게 가혹하다는 생각을 했다.
제대로 된 책상도 없이 휘발유통을 의자삼아 공부하며 비가 왕창 오는 날 우산없이 뛰어서 학교에 가도 지금이 좋다고 하는 브리짓, 나는 너가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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